I Apologise to the Birds

GSI Global Symposium, Cambridge 
 


나는 새들에게 사과합니다는 멸종을 대하는 인간의 이중적 태도를 성찰하는 작업이다. 인간은 사라진 종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그 소멸에 책임이 있다. 이 작업은 그러한 모순에 대한 사과이자 질문으로, 부재를 감각적 경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그 시도 자체가 지닌 윤리적 한계를 인식한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조류 컬렉션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한 이 작품은, 기록이 기억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인지 혹은 또 다른 형태의 통제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과의 만남이 가능한지, 혹은 그러한 시도조차 상실과의 거리를 고착시키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작품에 사용된 데이터는 박제, 알코올 보존 표본, 둥지 등으로 구성된 AVES 데이터와 골격 및 해부학적 기록으로 이루어진 ZAC 데이터로 구성된다. 이들은 마림바의 음정 구조에 매핑되고, 스펙트럴 타임(Spectral Time), 그레인 딜레이(Grain Delay), 벡터 딜레이(Vector Delay), LFO, 하이브리드 리버브(Hybrid Reverb) 등의 음향 기법을 통해 변형된다. 공간적 확장, 시간적 변형, 스펙트럼 조작을 중심으로 한 이 작업은 사운드를 통해 부재를 재현하려 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음 자체를 감각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작품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1987년 멸종된 카우아이 ‘오오(Kauai ‘O’o)’의 마지막 울음소리이다. 이 음성은 M4L 기반의 벡터 그레인(Vector Grain) 효과를 통해 입자화되고, 불규칙한 스테레오 공간으로 분해된다. 이 과정을 통해 카우아이 ‘오오’의 목소리를 복원하기보다는,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이 소리는 존재와 소멸 사이, 경계적 공간 속에 머물며 청각적 흔적으로 남는다.

이 작업은 멸종을 초래한 시스템에 참여한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인식하는 사과이자, 그러한 사과조차 인간 중심적 시선에 근거한다는 불편한 진실의 표명이다. 궁극적으로 이 작업은 상실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응답이 기록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존재하는 종들이 같은 운명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음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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